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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by 시경아빠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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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martchange.kr/201  김혜연의 블로그

 

 

얼마전 어린이집 엄마에게 심상찮은 소리를 들었다. 서정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나서 동네 아파트의 전세값이 폭등(?) 했다는 것이다. 
 학급당 인원수가 22명정도에 불과한 이 학교는 교장공모제 도입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순간 솔깃했다.

얼마전에 마을학교 공간을 쓰시는 방송대 분들에게 슬쩍 얘기를 던졌다.
"서정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는데, 학교가 그렇게 좋다던대요??"
그랬더니 서정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줄 흘러나온다.

"6학년이 총 32명인데, 왠만하면 한반을 만들어서 운영할 것을 두반으로 나눠서 지금 한반에 16명, 정도밖에 안된대요.
학부모 총회도 아빠들 오시라고 저녁에 하구요. 암튼 거기 너무 좋대요. 목동이 뭐야, 잠실에서도 막 이사온다는데요?"

이 이상 솔깃한 얘기가 어디있는가.

어제 오전에 관산동 복지회관에서 주민들께 인사드리고 아름다운 가게 행신점 5주년 행사에 잠시 갔다가 서정초등학교에 구경이나 가자 싶어서 이래저래 찾아서 갔다.

우와~~~ 학교가 너무 이뻤다.
일단 기존의 칙칙한 학교가 아니라 창틀도 빨간색이고, 학교도 넓고, (군데 군데 공사중이긴 했지만.^^)

"ㄱ" 자 모양의 건물이다. 학교의 정문에서 바라보이는 노란 벽의 건물에는 식당과 강당이 있다.
식당은 꼭 까페테리아 같았다. 


학교 본관 건물. 파란색 창틀, 노란색 벽돌, 등등... 보기만 해도 신난다.


행정실에 가서 "학교 현황" 자료나 얻을까 싶어서 들어갔더니, 교무실로 올라가서 교감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라고 하신다.  교감선생님께 혁신학교가 궁금하다고 했더니 교장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라며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하신다.
허걱..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올라오셨다. 

흥도초등학교 교감을 하시다가 교장공모에 응모하시고 서정초등학교에 발령이 났다고 한다.
흥도초등학교라면 우리애 어린이집(도토리어린이집)에서 맨날 나들이 가는 곳인데...-_-;;
도토리 어린이집을 잘 알고 계셨다. ㅎㅎㅎ
흥도초등학교가 폐교되어서 너무 아쉽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촌지역의 규모가 아주 작은 학교에서의 작은학교 운동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도시지역에서의 혁신학교나 작은 학교 운동이 아직까지는 성공한 사례가 없었고, 그래서 서정초등학교를 비롯한 처음 시작되는 도시지역의 혁신학교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공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서는 교육에 대한 욕구가 양극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요구들을 하나로 모아내고 끌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도발적인 질문 하나 했다.
"일제고사는 어쩔수 없이 진행하시겠지만, 혹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없앤다거나 하실 계획인 있으신가요?(혁신학교니깐. ~~~) "

교장선생님께서는 그에 대해서 논의한적이 없다고 하신다.
 조심스러운 것은.. 혁신학교라서 해서 너무 앞서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될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반발자국만 나가려고 하신다고 말씀 하셨다.
예를 들면 아빠들이 올수 있도록 저녁 7시에 총회를 하는 것,
엄마들의 급식도우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 3학년 이상은 자율배식을 하도록 하는것.  
(병설유치원의 유치원생과 저학년은 교사들이 배식을 한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혁신학교의 사례를 널리 알려서 혁신학교 일반화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하신다.

학교 홈페이지도 있지만 서정초등학교 준비모임 까페  가 더 활성화 되어있다. 
처음에 이 까페가 교사들 중심의 까페였지만 학부모들이 한명, 두명씩 가입하면서 학부모 중심으로 운영될수 있도록 까페를 재편했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의 소탈하신 모습이 너무 맘에 들었다.
마을학교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고....  ㅎㅎ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 자율배식하는거 보고 가라고 하셔서 내려가는 길에, 강당도 보여주셨다. 



한반에 20여명밖에 안되니까 두 학급이 운동해도 충분한 크기의 강당이었다., 부러웠다. -_-;;
같이 갔던 지연씨는 다시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사진이 작아서 메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반찬 3개와 국 이었다. 물론 직영급식이었다. 
자율배식하는 3학년들이 수업이 늦게 끝나서 자율배식하는 걸 보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그랬다.
권한을 갖고 있을때 어떤 일을 했느냐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김상곤 교육감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거다.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를 전 국가적인 의제로 끌어내었고(본인의 의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 )
혁신학교를 통해서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감 선거때 선거연설원이었고, 마을학교에서 김상곤 교육감 초청강연을 기획했던 사람으로써....
김상곤 교육감이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러운지......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것은 건물 높이 올리는 개발이 아니라 좋은 교육, 좋은 학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정초등학교의 학군은 서정마을 3, 5, 7,11단지와 단독단지 일부라고 한다.
혹시 관심있으신분은 위장전입말고, 진짜로 이사가셔서 학교를 보내시면 좋을듯 하다.  ^^

<학교현황>

 학년 1
 2  3  4  5  6  계
 학생수  74
64
50
68
59
32
347
 학급수  3  3  2  3  3  2  16
 학급당인원  24.6  21.3  25  22.6  19.6  16  21.6

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

서정초등학교가 궁금해서 서정초등학교의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
서정초등학교 5학년 1반 박항재 선생님.
환경교육하시는 교사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학교로 오라는 얘기에 저녁 5시 30분. 5학년 1반으로 찾아갔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맨발교실이다. 신발을 벗고 양말로 생활하는 교실
왠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팍 들었다.

박항재 선생님과 나눈 혁신학교 이야기와 혁신학교에서의 교사생활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 어떻게 서정초등학교로 오게 되셨나요?
- 혁신학교는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임명되어 운영되는 학교입니다.

환경교사 모임에서 함께하던 선생님들이 3명이 함께 이 학교로 왔구요.

작은학교에 관련한 교사모임에서 함께 공부하던 분들도 여기로 몇분 오셨어요. 저는 교장선생님이 함께 해 보자고 하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혁신학교 특별지원금이 경기도 교육청에서 배정이 됩니다. 1

2학급 이하는 1억,12학급 이상의 학교는 1억 5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지원되는 예산은 명목이 정해지지 않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쓸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우리학교에서는 이 예산을 학부모와 교사의 교육활동에 주로 쓰려고 합니다. 


예를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의 강사비로 쓰려고 합니다.
그 방과후 프로그램은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운영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7,8교시 수업이 되는거겠죠?
 학교에서 백화점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선택하게 하는게 아니라, 학기별로 운영을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5학년 1학기에는 생태체험, 5학년 2학기에는 목공교육, 6학년 1학기에는 애니메이션. 악기를 배울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되면 6년동안 12가지에 대해서 추가로 배우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강사비를 학교에서 전액지원하게 되면 학생들은 재료비만 부담하는 수준에서

방과후활동에 참여할수 있게 되는 거지요.
(오호... 무슨 사립학교 프로그램 같다)

- 혁신학교를 한마디로 해 주신다면 어떤 말로 표현해 주시겠어요?
 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 봉사정신이 발휘되는 학교입니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교사의 창의성과 특성이 발휘되도록 지원해주는 학교입니다.
교육활동으로 함께 나누고 활동을 공유하는 교사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꾸려간다고나 할까요?

-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것 같나요?
기대는 있는것 같습니다.

바람직한 교육의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엘리트교육을 바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정초등학교 까페 에서 나누는 이야기로 볼때에는 바람직한 교육에 대한 학교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인것 같습니다.  


물론 영어수월반과 수학영재반에 대한 요구도 있었지만

 까페상에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무래도 홈페이지 보다는 까페라는 형태가 의견을 나누기 더 좋기 때문에

초기에 학교 개교 준비하면서 교사들의 운영하던 까페를 학부모들에게 열어두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보다는 까페가 더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서정초등학교 준비모임 까페)
아빠들의 참여도 많다. 학부모총회를 저녁 7시에 했는데 아빠들도 꽤 많이 오셨습니다.  
앞으로도 학교 운영위원회는 저녁이나 토요일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고 합니다.

-  혁신학교 이야기를 하면 학급당 인원수를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수 있을텐데요.

어떤 분들은 학급당 인원수가 적다는것 말고 뭐가 있냐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학급당 인원수가 적을때 나타나는 장점이 있나요?"

제가 앞에 있던 학교에서는 한반에 35명이었습니다. 지금은 20명인데요.
공간밀집도가 아이들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잘 싸우고, 욕도 많이 합니다.
- 지금 애들도 욕을 하긴 하지만..^^ -  , 공격성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소통하고 차분하게 얘기할수가 없지요. 35명이 되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싸웁니다.
싸우는 애들이 있으면 차분하게 얘기로 풀어줘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싸우니까, "하지마,그만해" 로 이쪽을 정리하고 다시 저쪽에서 "하지마, 그만해"
라는 말로 교실을 진정시키게 되지요.

하지만 인원수가 적으면 애들을 붙들고 앉아서 얘기하면서 갈등을 풀어줍니다.
선생님과 소통이 되는거죠.
이런 교사를 보고 아이들은
"선생님은 나를 혼내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죠.
수업시간도 훨씬 다릅니다. 20명이니까  수업중에 발표도 많이 하게 되구요. 그래서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게 되니까, 교사와 아이들간의 관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교사의 눈에 아이들의 한눈에 들어오니까, 아이들이 더 긴장하게 되구요.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행정업무가 그렇게 많다고 하던대... 정말 그렇나요?
- 정말 그렇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할 행정업무가 많아요. 그러다보면 애들은 자습시키고 교사는 공문처리하고 있죠. 그리고 수업하다가도 처리해야할 공문이 생기면 교실을 비우게 되는거죠.
이 학교에서 제일 좋은게, 행정업무로부터 자유롭다는 거예요.
교과전담 교사가 수업을 적게하고 행정업무를 많이 맡아서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교사에게는 행정보조교사가 배치되구요.

행정실에도 혁신행정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원이 더 추가되어요.


교사가 해야할 행정업무가 엄청 줄어들었어요.  결과적으로 교사는 행정업무보다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더 주력하게 되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을수 있어요. 교사가 공문처리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는거죠. 
사실.. 교사가 아이들과의 관계맺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따돌림이라는게 생길수 밖에 없거든요.
얼마나 행정업무가 줄었냐면요.


다른 학교에서는 애들 데리고 나가는 체험학습 한번 나가려면 공문만들고, 계획서 쓰고, 교장선생님 결제받고.. 그러다 보면 못나가요. 그리고 애들도 35명이나 되니까, 제대로 진행하기도 어렵구요. 근데 여기서는 교장선생님에게, "저희 강매산으로 나갑니다." 이 한마디면 끝나요. 
애들 20명 데리고 그냥 휙~ 나가면 되는거죠. 


토요일에는 수업이 잘 안되요. 교사도 그렇고 애들도 그렇고.. 그래서 많은 경우 대청소의 날로 토요일을 보내죠. 저는 그냥 애들 데리고 나갑니다. 생태체험도 하고 독서체험학습도 하구요. 
(강매산이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는 토요일마다 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애들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한다.  )  

- 학부모들이 찬조금, 기부금 많이 걷으시잖아요. 애가 반장이 되면 왠지 학부모들한테 돈을 걷어서 학교에 좀 내야할것 같고.. 저도 학교 운영위원할때 보니까, 학부모 위원들이 체육대회며 기타 등등 학교 행사할때, 돈을 걷어서 내시던대..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절대 안 받고, 그런일이 없도록 할겁니다. 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들어가있는데요. 에초부터 그렇게 말할겁니다. 돈을 주셔도 절대 안 받을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구요. 저희학교에는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이라는 자리가 없습니다. 그냥 필요할때 임시로 누군가가 역할을 하는 구조로 가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학부모들은 학교에 단순히 노력봉사를 하는게 아니라 함께 참여해서 성장하는 교육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학교는 청소도 교사가 합니다.
(오호... 애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엄마들이 청소하러 가는게 너무 당연시 되어있는데..  선생님들이 청소를 해 주시다니.. 그리고 이 학교는 엄마들 급식도우미도 없다고 한다.)

앞으로는 학부모가 학습 도우미를 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독서교육도우미' '생태체험 도우미' 연수과정을 담당교사가 운영해서 연수를 받고나면 학교에서 하는 체험학습에 학부모가 학습도우미로 참여할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엄마들이 연수 잘 받아서 학교에서 경험해 보고 나중에 일자리까지 연결되면 참 좋겠다.)

학습평가도 지필식보다는 아이들의 개별특성에 맞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학교는 상(賞)이 없는 학교가 될겁니다. 경시대회도 없을거구요. 잘하는 애들 몇몇 만드는 것 보다 학습능력이 뒤쳐지는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달적이도 써서 보낼계획입니다. 교사의 의견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만 써서 월말에 보내려고 합니다. 달적이를 통해서 학교와 가정의 소통의 통로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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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생활 15년차인 박항재 선생님은 교사생활 10년차때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한다. 하고싶은 것을 할수 없는 교사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몇년간을 그냥 그냥 적당히 지내다가 오게 된 서정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할 내용을 연구하느라 매일 늦게 퇴근해도 공문처리하느라 늦게 퇴근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하신다.
교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고 하신다.
아이들과 하고 싶었던 일을 맘껏 할수 있고, 행복하게 지낼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아이들과 교사가,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학교.
우리가 진정 바라는 학교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혁신학교인 서정초등학교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