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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세상속 선거이야기

by 시경아빠 201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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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속 선거이야기

Ⅰ. 색다른 선거모습

  1. UN
  
1. UN 사무총장 선거

    UN 사무총장은 UN헌장(제97조)이 정한 절차에 따라 안보리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후보자를 인준하는 방식이다. 투표방식은 찬성표시방식으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모두의 찬성과 안보리 4개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선거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눠진다. 1차 예비투표와 정식 예비투표, 이어 정식 투표, 그리고 최종단계인 유엔총회 확정 등이다.

    1차 예비투표는 모의투표(스트로 폴)이다. 투표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 등 안보리 15개국이 참여한다. 안보리 참여국이 아닌 나라들이 유엔사무총장 후보자를 내고 안보리 국가가 투표하는 식이다. 1차 예비투표는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한 후보자마다 각각 찬성, 반대, 기권 등의 의사표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식 투표와는 달리, 1차 예비투표에서는 모든 안보리국가들이 같은 색깔의 투표용지를 사용한다. 후보자별 득표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데, 외교경로를 통해 후보자의 출신국가에 그 결과가 전해진다. 때문에 1차 예비투표에서 지지도가 아주 낮은 후보자는 중도 사퇴할 수 있으며, 그 사이 새 후보자가 출마할 수도 있다.

    정식 예비투표에서는 상임이사국의 반대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상임이사국과 비 상임이사국간에 색깔이 다른 투표용지를 사용하여 투표를 한다. 이 투표에서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전부와 나머지 4개국이상의 지지를 받는 단수 후보자를 가린다. 단수 후보자가 가려지면 안보리는 거수로 정식투표를 실시하고 후보자를 확정한 후 유엔 총회에 추천한다.

        ※ 코피 아난 총장 전임인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5년간의 재임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재선에 실패한 적이 있다.

    유엔총회는 통상 박수로 후보자를 유엔사무총장으로 정식 확정한다.

 

 2. 교황

 2. 교황 선출방법


    교황청은 지난 1059년 외부 세력이 교황 선출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기경들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다. 과거에는 추기경들의 만장일치로 교황을 선출했지만 현재는 추기경 2/3이상의 찬성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전에 입후보하거나 추천된 후보자는 없고,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하여 투표한다. 첫 3일간의 투표에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최대 1일간 비공식 토의를 한 뒤, 다시 7차례에 걸친 투표에 들어가며, 이후 같은 절차가 반복된다.

    추기경들은 특정한 후보자를 정하지 않고 투표지에 차기 교황 적임자를 한명씩 적어내게 된다. 추기경들은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의 투표를 통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이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단 추기경들은 자신에게 투표할 수 없고, 자신에게 지지를 호소하면 제명된다. 이 기간동안 추기경들에게 포도주와 물, 빵만 공급되며 전화나 서신 등 외부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긴다. 투표에서 교황이 결정되지 않으면 투표용지를 화공약품을 섞어 태워서 검은 연기가 나도록 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용지만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는 흰 연기가 난다.

    콘클라베를 통해 3분의 2이상의 지지를 얻은 추기경이 나오면 본인의 의사를 물어 차기 교황으로 선출한다. 차기 교황이 선출되면 최고령 추기경은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가 "천상의 기쁨으로 내가 선언하노니 교황께서 선출 되셨도다"는 선언으로 차기 교황 탄생사실을 발표한다.

 

  3. 다양한 당선인 결정

  3. 다양한 당선인 결정방식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결정하기 위하여 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데, 우리나라의 선거에서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다수득표를 한 사람을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이 결정방식은 한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제일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것으로 선거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 이외에도 다양한 당선인결정방식이 있다.


    여러 가지 결정방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로 40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여 나온 네 명의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 순서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 보자. 이 표에서 첫 줄에 있는 17명의 유권자는 A를 1순위로 하고, B, D, C를 각각 2, 3, 4 순위로 선호한다. 각 결정방식에서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자.


 

후  보  자  별      선  호  도

투표자수

1 순위

2 순위

3 순위

4 순위

A후보자

B후보자

D후보자

C후보자

17 명

B후보자

C후보자

A후보자

D후보자

11 명

C후보자

B후보자

D후보자

A후보자

 9 명

D후보자

C후보자

A후보자

B후보자

 3 명

합      계

40 명

 

     ① 다수 득표방식

    ① 다수 득표방식

           다수득표방식에서는 여러 후보자중 한 후보자만을 선택하도록 하기 때문에 1순위로 선택한 후보자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 방식에 따르면 1순위로 뽑은 투표자가 17명으로 가장 많은 A후보자가 당선된다. 그러나 A후보자를 3순위나 4순위로 꼽은 투표자도 많으므로 A후보자는 전반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② 점수 계산방식

    ② 점수 계산방식

           유권자의 선호 순위에 따라 차등화 된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자를 선택한다. 이 방식은 스포츠 팀의 순위를 매기는데 이용된다. 위의 상황에서 1, 2, 3, 4순위에 각각 4점, 3점, 2점, 1점을 부여하고 점수를 계산해 보면 A후보자는 105점, B후보자는 125점, C후보자는 95점, D후보자는 75점이므로 B후보자가 당선된다.

    ③ 선호도 선택방식

     ③ 선호도 선택방식

           점수투표와 비슷하지만 약간 복잡하다. 유권자의 선호도에 따라 후보자들의 순위를 매기고, 1순위 표를 받지 못하거나 가장 적게 받은 후보자를 탈락시키고, 그 표를 나머지 후보자에게 나누어준다. 그리고 표를 다시 세어 1순위 최소 득표자를 또 제외한다.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후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위의 상황에서는 1순위 표를 가장 적게 받은 D후보자를 탈락시키고 D후보자를 1순위로 뽑은 유권자가 2순위로 선택한 C후보자에게 D후보자의 표를 준다. 이제 C후보자는 1순위로 12표가 되었고, A후보자, B후보자, C후보자 중 1순위 표가 가장 적은 B후보자를 제외시킨다. 그리고 B후보자를 1순위로 뽑은 유권자가 2순위로 선택한 C후보자에게 11표를 준다. 이제 A후보자는 17표, C후보자는 모두 23표가 되었으므로 C후보자가 당선된다. 선호투표는 아카데미 후보작의 선정, 아일랜드의 국회의원선거, 호주의 상원의원선거에서 이용된다.

    ④ 상대 비교방식

    ④ 상대 비교방식

           이 방식에서는 두 후보자씩 짝을 짓고 비교하여 더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자에게 1점, 동일한 지지를 얻었을 때는 각각 0.5점을 주고 이를 합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위의 상황에서 A후보자와 B후보자를 비교해 보면, A후보자를 B후보자보다 선호한 유권자는 20명이고, B후보자를 더 선호한 유권자도 20명이다. 따라서 A후보자와 B후보자는 각각 0.5점씩 얻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A후보자와 C후보자, A후보자와 D후보자, B후보자와 C후보자, B후보자와 D후보자, C후보자와 D후보자를 비교하여 종합하면 A후보자는 1.5점, B후보자는 3.0점, C후보자는 1.0점, D후보자는 0.5점이 되므로 B후보자가 당선된다.

    ⑤ 찬성 표시방식

    ⑤ 찬성 표시방식

           이는 지지하는 후보자 모두에게 찬성표를 주는 방식이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는데, 유엔사무총장 선거가 이 방식을 따른다. 찬성투표는 유권자가 의견을 융통성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종합적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자를 가려낼 가능성이 높다. 또 남을 비방하여 상대의 표를 자신의 표로 끌어오는 네거티브 캠페인보다는 다수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선거운동을 펴나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Ⅱ. 세계의 선거풍경

 1. 선거일반

  1. 선거일반
    ① 나라별 선거권 연령

    ① 나라별 선거권 연령
 

연 령

국  가  명

16 세

니카라과, 쿠바, 브라질(임의적)

17 세

인도네시아, 이란, 수단

18 세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브라질(의무적)등 대다수 국가

19 세

한국

20 세

일본, 모로코, 카메룬 등

21 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② 나라별 선거 요일 및 공휴일 여부

    ② 나라별 선거 요일 및 공휴일 여부

 

요일별

국   가   명

공 휴 일  여 부

월 요 일

캐나다, 필리핀

캐나다는 평  일

필리핀은 공휴일

화 요 일

미  국

평  일

수 요 일

한  국

공휴일

목 요 일

영  국

평  일

토 요 일

호  주

공휴일

일 요 일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이탈리아는 일요일, 월요일 2일에 걸쳐 투표실시

 

   ③ 선거와 관련한 여러 가지 모습

   ③ 선거와 관련한 여러 가지 모습

 

사 례 명

사   례   내   용

국 가 명

선거일을 11월 첫 번째 화요일(첫 번째 월요일이 들어 있는)로 정한 이유

11월초로 정한 이유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추위가 오기전이기 때문임.

화요일로 정한 까닭은 일요일은 안식일이기 때문에, 월요일은 투표소가 멀어 하루 만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토요일은 주로 지방에서 장이 서기 때문에, 금요일은 장에 가기 위한 준비로 바빠서, 목요일은 당시 미국인이 싫어하는 영국(식민지 본국)의 의회선거일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그래서 남은 화요일과 수요일 중에서 화요일을 선거일로 정하였으며, 수요일은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선거일(11월 두 번째 수요일)로 함.

첫 번째 월요일이 들어 있는 주로 한정한 것은 매달 1일에 순회판사가 오는 날이어서 11월 첫 월요일이 낀 주로 하면 화요일이 1일에 걸릴 염려가 없었기 때문임.

미국

 

선거 당일에

선거운동 허용 여부

허용

※ 단 영국, 미국(투표소 인근), 이탈리아(200M이내 ), 필리핀(30M이내) 금지

미국, 이탈리아,

영국, 필리핀

금지

한국, 프랑스,

일본, 멕시코

2일 이상 투표   실시

투표일을 2일 이상으로 정하여 투표 실시

이탈리아, 체코,

스위스, 헝가리,

인도, 슬로바키아

한번에 많은

선거 실시

한번에 20개 정도 선거 실시(미국 기준)

대통령선거(4년 주기), 대통령선거 2년 후 중간선거 외에 대통령선거 시에 연방상원의원, 연방하원의원, 주지사, 주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이외에 보안관선거 등 공직에 취임하는 자를 선거하는 외에 주민제안에 기초한 주나 시․군 등의 지방자치단체의 법률이나 규칙 제정․개정․폐지안의 찬부 등의 투표가 실시되면 20여개 정도가 동시에 실시됨.

미국, 필리핀

 

  2. 나라별 투표방법

  2. 나라별 투표방법


    ① 투표시간

    ① 투표시간

 

국 가 별

투     표     시     간

비   고

한    국

오전 6시~오후 6시(12시간)

휴일투표

영    국

오전 7시~오후 10시(15시간)

평일투표

미    국

캘리포니아주 : 오전 7시~오후 8시(13시간)

버지니아주 : 오전 6시~오후 7시(13시간)

프 랑 스

독    일

오전 8시~ 오후 6시(10시간)

휴일투표

일    본

오전 7시~ 오후 8시(13시간)

  ※ 투표시간을 2시간이내에서 앞당기거나 늦추거나 마감시각은 4시간이내에서 앞당길 수 있음

이탈리아

오전 6시~오후 10시(15시간)

오전 7시~오후 2시(7시간)

휴일, 평일(2일)

스 페 인

오전 9시~오후 8시(11시간)

휴일투표

스 웨 덴

오전 8시~오후 8시(12시간)

캐 나 다

오전 8시30분~오후 8시30분(12시간)

평일투표

필 리 핀

오전 7시~오후 3시(8시간)

휴일투표

호    주

오전 8시~오후 6시(10시간)


   ② 기표 방법

    ② 기표 방법

 

구      분

 국   가   명

기표식(기표용구로 표시)

한국

기명식(자필로 후보자 성명기재)

일본, 이탈리아

기표식(X, √등)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투표용지 선택(정당ㆍ후보자가 제작하여 제출한

투표용지를 투표소에서 선택하여 봉투에 넣는 방법)

프랑스, 스페인

 

    ③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칙을 부과하는 나라

    ③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칙을 부과하는 나라

 

국 가 명

벌    칙    내    용

벨  기  에

첫 번째 기권시 : 5~10유로, 두 번째 기권시 : 10~25유로

15년이내에 4번 기권시 선거인명부에서 제외, 10년동안 참정권 상실, 공무원은 승진에서 제외

스  위  스

100년동안 강제투표제 실시, 벌금 2US 달러

호      주

벌금 20호주달러(최고 50호주달러)

아르헨티나

벌금 미화 30달러(노령, 질병, 원거리 거주자 제외)

싱 가 포 르

벌금 5싱가포르달러(3,500원정도), 기권자 명부말소

이  집  트

남자만 의무적, 벌금 20이집트파운드(4,000원정도)

에쿠아도르

65세 이하 의무적(문맹자 제외), 벌금 500~2,000스크레

필  리  핀

벌금 100페소, 차기선거에서 공직출마 금지


   ④ 손가락에 투표 확인 표시를 하는 나라

   ④ 손가락에 투표 확인 표시를 하는 나라

 

국  가  명

표   시   방   법

멕  시  코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용액을 묻힘

필  리  핀

오른손 집게손가락 손톱에 질산은을 바름.

방글라데시

손톱이나 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 바름(2~3일 정도 지워지지 않음)

니 카 라 과

투표가 끝나면 투표소 출구에 마련된 특수잉크가 마련된 용기에 오른 엄지손가락을 넣어야 함.

피      지

지워지지 않는 특수잉크를 오른손 검지에 바름

 

   ⑤ 투표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

   ⑤ 투표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

 

국  가  명

사                                 례

방글라데시

투표소에 남여가 함께 들어갈 수 없음

※ 사회적․종교적인 제약 및 교통수단의 불편 등으로 여성유권자의 투표참여 장애 해소를 위함.

투표용지 등에 후보자 상징 인쇄

※ 후보자는 150개의 상징물 중 자신의 희망에 따라 상징물 선택, 선거운동시 투표용지에 인쇄(문맹율 67.6% 때문에)

파 키 스 탄

투표용지 등에 후보자 상징 인쇄

※ 2008. 2. 18 파키스탄 총선에서 파키스탄 인민당(PPP)은 화살, 파키스탄 무슬림리그-Q(PML-Q)는 자전거, 파키스탄 무슬림 리그(PML-N)는 호랑이, 학생운동기반실용주의 야당 MQM은 연(kite)을 상징으로 인쇄

이 탈 리 아

선거권 행사를 위해 교통요금 할인 또는 무상으로 지원

※ 하원총선거의 경우 선거인이 투표소까지 왕복하기 위한 국영철도요금의 70%까지 할인, 해외근로자가 투표하기 위하여 귀국하는 경우 국경내의 출발역으로부터 투표할 읍․면까지 철도교통 무상이용

필  리  핀

선거결과에 대한 내기를 하는 것은 범죄행위 

멕  시  코

선거전날부터 술 판매 금지

니 카 라 과

선거일에 술 판매 금지

※ 술이 취한 채로 투표소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프  랑  스

투표용지를 후보자가 제작하여 거리에서 배부

※ 후보자는 선거구 유권자의 20%범위내에서 거리에서 배부가능

대리투표 허용

※ 장애인에 대한 배려 차원

스  웨  덴

투표용지를 거리에서 배부

※ 중앙선거청이 제작하여 정당에 배부하면 정당은 내부조직을 통하여 유권자에게 배부(일종의 선거운동임)

네 덜 란 드

대리투표 허용

※ 1인 1표가 원칙이지만 투표할 권리를 제3자에게 위임. 대리인은 자신의 표를 포함하여 3표(2명으로부터 대리인 지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까지 행사가능(대리인 신청필요)

벨  기  에

대리투표 허용

※ 당일투표가 곤란한 유권자에게 투표기회 확대 보장 차원

 

   3. 외국의 공명선거

  3. 외국의 공명선거

     ① 영국

    ① 영국

        기본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선거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데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과열․타락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의원선거의 공식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해 공명선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매표, 향응제공, 협박행위 등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선거운동의 방법과 선거비용의 제한을 규정한『부패 및 위법행위방지법』을 어길 경우, 최고 10년까지 선거권 또는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또한 선거비용 한도액을 명확히 설정하여 이를 어기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후보자들은 1인당 모두 3천6백48파운드(한화 약5백2만원 정도)를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유권자들에게 식사대접 등 향응을 제공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국 정치인들 개개인의 소신 있는 정치의식도 이 나라의 정치풍토를 깨끗하게 유지해 주고 있는 기본요소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이념과 소신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여 정치에 입문하면 정치를 그만둘 때까지 당적을 바꾸는 일이 거의 없다.

        정치자금의 출처는 영국의 경우 당의 지지기반에 따라 다소 다르다. 집권보수당의 경우, 기업 등의 헌금과 개인의 자발적 기부금이 주요 재원이다. 노동당은 수입의 약 90%를 당원들이 내는 연례회비(60펜스)와 선거구협회와 사회주의단체 등에서 내는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국가의 보조금을 받음으로써 여당과의 자금능력 격차를 해소, 공평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

   ② 독일

   ② 독일

        독일정치구조의 기본은 의회민주주의와 정당책임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철저한 선거공영제로 뒷받침되고 있다. 동․서독 통일 후 처음 실시된 총선인 12대 분데스탁(의회)선거에서는 6백62명의 의원이 선출되었으나 사전선거운동이나 부정선거시비가 없었고 선거 후에도 선거소송이 전무했다.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기회를 준다는 정신에서 독일선거법은 무소속출마를 인정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무소속이 당선된 예는 지난 49년 9월 제1대 분데스탁선거가 실시된 이후 단 한번 뿐일 정도로 정당정치는 독일정치의 전통이다. 유권자들도 후보자의 약속과 인기보다는 정당의 강령과 이념을 중시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때 인기발언이나 인신공격, 선심공세 보다는 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선거운동은 투표 2주전부터 TV 공동 정견발표 또는 토론이나 벽보 또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방법이 고작이다.

       독일정당들은 개인과 단체로부터 정치헌금을 받고 있으나 개인적인 헌금은 2만마르크(한화 약9백만원 정도), 단체나 기업은 5만마르크까지만 면세이고, 그 이상은 중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지원받아 로비활동을 벌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독일선거에서는 후보자나 유권자를 막론하고 금전적인 관계는 있을 수가 없다. 정치인들은 금전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깨끗한 것이 제1 조건이며 조금이라도 의혹을 사게 되면 명예롭게 사실을 밝히고 유권자들의 판단에 따른다.

    ③ 스웨덴

    ③ 스웨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답게 이 나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유럽 어느 국가보다 높다. 과거 평균투표율은 90%이상이었으나, 지난해는 다소 떨어진 86.7%였다. 그러나 선거는 매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타락, 매표, 향응 등의 단어는 이 나라 정치사전에는 없는 단어들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임기는 3년이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도․시․군의원의 임기도 3년이기 때문에 자주 선거를 치르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선거를 한꺼번에 실시한다.

        각 정당대표들이 교섭을 벌여 선거운동기간을 정하는 데 대략 그 기간은 2~3주이다.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에 각 정당별 후보자가 인쇄된 벽보가 나붙고 합동정견발표회도 열리나 유권자들은 TV정책토론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벽보에는 정당명칭이 큰 활자로 인쇄되어 있고, 그 밑에 후보자의 이름이 반 정도 크기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우리와 다르며 합동정견발표회에서도 후보자들은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을 홍보하며 지지를 호소할 뿐 다른 정당이나 후보를 비난하는 일은 전혀 없다.

        스웨덴의 정치는 철저한 정당중심이므로 무소속이 없다. 후보자들은 모두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의 추천을 받아 지역구에 출마 하지만 일체의 경비는 당이 보조하고 유권자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대표한 후보자를 밀어 주기 때문에 후보자는 당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스웨덴 정치가 정당정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정당운영과 활동비는 국가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정당은 국가 지원금으로 선거비용전액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가 별도의 경비를 쓸 필요가 없다.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운동분위기가 이뤄질 수 있는 바탕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깨끗한 정치풍토는 정당중심제, 당비 국가보조제, 선거공영제 등 정치구조가 선진화되어 있는데도 기인하지만 불법과 타락을 용납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의식의 소산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도와 공개적인 당 운영으로 조용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는 전통은 이웃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 있어서도 공통된 정치풍토이다.

     ④ 미국

    ④ 미국

        미국의 주요선거는 대부분 예비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으므로 선거 전이 긴만큼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제도적 비능률과 소모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공정하고, 특히 선거자금이 공개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선거운동이란 우편물을 통해 자기를 소개하고 자기정견을 밝히는 것이 중심인데 현역의원은 우편요금이 전액 국가예산에서 지급된다.

        의회가 휴회 중일 때는 의원들은 의례 선거구에 내려가 회기동안 자기가 한 의회활동을 보고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런 제도 때문에 현역의원이 단연 유리하고 하원의 경우 2년 동안 활동한 모든 비용이 선거자금으로 잡히기에 선거비용이 초선보다 엄청나게 많아진다.

        후보자 개인이 쓰는 비용은 제한이 없어 부자가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게 미국선거이지만 터무니없는 돈 공세는 유권자가 걸러 내는 것이 미국의 정치다. 공개사회이고 여론이 지배하는 미국 정치풍토에서 어떤 사람이 상식에 벗어난 정치자금을 뿌렸다간 낙선감이다.

 

Ⅲ. 선거교육자료 모음

   1. 정치참여에 얽힌 일화모음

  1. 정치참여에 얽힌 일화모음

     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인 독일,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 안에서 생긴 일입니다.

      강제로 기차에 오른 승객들은 다가올 불행을 예감했고, 열차 안은 침울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입니다. 순간,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그 죽음의 침묵을 깨고 외쳤습니다. "나는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나는 잘못을 한 적이 없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습니다. 독일 정부에 충성했지요. 그런데, 그 대가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니!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죽어야 하나요? 왜?" 그의 항변에 모두들 그를 주목했습니다. 모두 그 청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요. 그 때, 한 노인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젊은이, 앉게나. 아무 잘못도 안 한 것이… 바로 자네의 잘못이라네. 독일 정부가 그토록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데… 선량한 사람을 죽이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을 짐승과 같이 취급하고, 전쟁을 확산시키고 있는데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네.” 바로 그 때문에 자네가 오늘 이 기차에 타게 된 것이라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고!"

    ‘경마장의 죽음’

    ‘경마장의 죽음’

      1913년 6월 4일 런던 남부 엡섬다운스 경마장에서는 매우 유서가 깊은 경마의 대명사로 알려진 ‘더비 경주’가 열리고 있었다. 15필의 말들이 2,400m의 말굽형 경마장의 마지막 코너를 돌아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던 도중, 관중의 함성은 갑자기 “앗!”하는 비명으로 바뀌었다.

      한 여성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요구하기 위하여 트랙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국왕인 조지 5세의 말에 치어 쓰러졌던 것이다. 그녀는 열렬한 여성운동가였던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38세의 그녀는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고가 난지 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당시 신문은 여성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죽은 한 생명의 소중함은 전혀 보도하지 않은 채, 오히려 국왕 조지 5세의 말이 얼마만큼 부상을 당했는지를 알려주는 사실만을 보도했다. 여기에 여성들은 분노했고 선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여성들의 성난 외침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그 뒤 5년간의 노력 끝에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고, 마침내 1928년에는 남녀 모두에게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졌다.

 

 

     ‘로자 파크스’

    ‘로자 파크스’

      1955년 12월 1일 목요일, 몽고메리 페어 백화점에서 하루 일을 마친 후 로자는 오후 6시쯤 클리블랜드 거리에서 버스를 탔다. 요금을 내고 유색칸으로 표시된 좌석들 중 가장 첫 줄의 빈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정류장을 계속 지나는 동안 앞에 있는 백인 전용칸의 좌석들이 점차 차게 되었고 엠파이어 극장 앞의 세 번째 정거장에서 몇 명의 백인들이 승차하였다. 버스 운전기사인 제임스 F. 블레이크는 두세 명의 백인 승객들이 서 있게 되자 유색 칸의 표시를 로자가 앉은 자리 뒤로 밀어내고 중간에 앉은 네 명의 흑인들에게 일어나라고 요구하였다. 세 명의 다른 흑인들은 움직였으나 로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왜 일어나지 않냐고 묻자, 그녀는 "내가 일어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하였다.

      버스운전기사인 블레이크는 경찰을 불러서 로자를 체포하도록 하였다. 그녀는 몽고메리 시의 규칙 6장 11절의 분리에 관한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원래 그녀가 앉을 때에는 유색 칸이었으므로 혐의가 풀려 저녁때에는 풀려나올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로자 파크스의 친구인 E.D. 닉슨은 알라바마 주립 대학 교수인 조 안 로빈슨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문의하였다. 그리고 밤을 새워 3만 5천여 장의 버스 보이콧을 선언하는 유인물을 만들었다. 또한 여성정치위원회(WPC, Women's Political Council)는 이 운동을 지지하였다.

      12월 4일 일요일,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운동에 각지의 흑인교회가 동참한다고 발표하였다. 버스 안에서 흑인이 충분히 평등하게 존중되고 흑인 운전사가 고용되며 먼저 탄 사람이 중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기로 하였다. 4일 후에 로자 파크스는 질서를 어지럽힌 행동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유죄를 선고 받아 10달러의 벌금과 4달러의 법정비용을 물게 되었다. 그녀는 이에 항소하여 무죄와 인종 분리 법에 정식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이후 382일 동안 몽고메리 지역 내 버스 회사들의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이 운동은 인종분리저항으로 번져나갔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여기에 참여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과 권익을 개선하는 미국 민권 운동의 시초가 되었다.

 

  2. 다수결의 원리와 투표의 관계

  2. 다수결의 원리와 투표의 관계

    ① 다수결의 원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① 다수결의 원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민주주의에서 가장 보편적인 의사 결정 방법은 다수결의 원리이다. 친구들과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사적인 문제부터 사회적 쟁점의 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수결은 민주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의사 결정 방법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성적인 존재라는 전제 하에 운영되는 다수결의 원리도 만능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다" 는 확률에 근거할 뿐이다. 만일 잘못된 의견이 다수에 의해 지지를 받게 되면 이는 자칫 다수의 횡포가 되어 민주주의를 오히려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결의 원리를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다수결의 원리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인 지식의 문제는 다수결의 원리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다수결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나 실험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모든 개인은 동등한 인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평등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즉, 개인의 서로 다른 의견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에서 한 사람 당 한 표씩 주어지는 것도 이 원칙 때문이다.

      셋째, 구성원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토론을 하고, 그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강요나 협박 등에 의해 이루어진 다수결은 의미가 없다. 다수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넷째, 한 개인 혹은 집단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는 상대성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소수 의견도 경청하며 존중해야 한다.

    투표가 갖는 한계도 있다!

   투표가 갖는 한계도 있다!

        투표 역시 다수결의 원리를 바탕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몇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후보자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사람이 당선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만일 A, B, C, D 네 명의 후보자가 있고, 그들이 순서대로 30%, 25%, 25%,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해 보자. 한 명의 당선자를 뽑는 선거라면 30%의 지지율을 획득한 A가 대표가 된다. A후보를 선택한 사람보다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A가 당선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만일 ‘이 사람만은 싫다’는 후보를 선별해 보자고 투표를 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70%의 득표율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과반수가 될 때까지 결선 투표를 하는 제도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두 후보로 압축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큰 투표라면 그 만큼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빈번하게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결국 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는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최선의 노력으로 극소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참여를 할 때에도 올바른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관용적인 태도로 타인의 선택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또 내 투표의 결과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제도가 아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투표의 역설

    투표의 역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경우 '식당 정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식당에 대한
    선호가  다양할수록 의견을 수렴해서 식당을 정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다수
     결로 식당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래 표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1순위

2순위

3순위

자장면

비빔밥

스파게티

비빔밥

스파게티

자장면

스파게티

자장면

비빔밥


 갑, 을, 병은 다수결을 통해 결정하려고 한다. 이들의 선호순위는 위의 표와 같고, 메뉴선택에 따라 식당이 결정된다.

      세 가지 메뉴를 동시에 투표에 부치면 모든 메뉴가 한 표씩 선택되므로 어떤 메뉴도 과반수이상의 선택을 받지 못해 메뉴를 정할 수 없다. 차선책으로 메뉴를 두 개씩 정해서 투표에 부쳐보자. 우선 자장면과 비빔밥을 놓고 투표를 하면 자장면이 선택된다.(갑은 1순위가 자장면, 을은 1순위가 비빔밥, 병은 1순위가 스파게티지만 후보에 없으므로 2순위인 자장면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자장면 2표, 비빔밥 1표로 자장면이 선택된다)

      그러나 과반수이상으로 선택된 메뉴인 자장면은 구성원들에게 스파게티보다 덜 선호되는 메뉴이다.(갑만 스파게티보다 자장면을 좋아하고 을과 병은 자장면보다 스파게티를 더 선호한다) 나머지 메뉴의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어떤 메뉴가 선택되든 그 메뉴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표결에 부쳐지지 않은 메뉴보다 덜 선호되는 메뉴가 된다.

      또 두 개씩 투표에 부치게 되면 결국 메뉴가 한 번씩 선택되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투표의 순환이 계속된다. 더 큰 문제는 투표에 부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해지며 이는 원하는 메뉴가 채택되도록 조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비빔밥이 선택되게 하려면 자장면과 스파게티를 먼저 투표에 부치고 그 결과로 나온 스파게티와 비빔밥을 부치면 비빔밥이 선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표에서 갑, 을, 병을 유권자라고 하고 자장면, 비빔밥, 스파게티를 선거 후보자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정치에 관한 다수결 투표의 원리가 우리의 생각만큼 합리적이며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위의 예는 공공선택이론으로서 투표에 관해 면밀하게 탐구한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의 불가능성 정리를 담고 있다. 애로우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다수결에 대한 어렴풋한 환상을 논리적으로 깨뜨려 버린 ‘대가’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집단의 의사결정은 어떤 방법을 따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합리적 공리를 만족시키면서 민주적인 공리까지 만족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투표절차를 조작함으로써 투표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불완전한 의사결정방식이다. 우리는 보통 투표를 합의에 도달하는 매우 민주적인 절차로 여긴다. 그러나 투표는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라 단순한 절차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혹자는 이 이론을 '자본주의 경제학이 민주주의에 내린 사망선고였다'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는 선거가 끝나는 시점에서 많이 논의된다. 투표 전 국민들의 잠정적 선호와 투표 후 나타난 선거 결과가 다를 때 국민들을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한계는 애로우가 제시한 공리들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실현되기 힘든 너무 강한 전제라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이론은 민주적인 집단의사결정이 항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투표 규칙 자체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선거 제도가 최선의 방책임은 틀림없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계산으로 한계에 대해 실망하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자.
-박경원 대구과학고 교사- <매일신문 2008.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