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가 직접 납품받아 자기 상표 달고 파는 거죠 광고비·유통비가 안드니 가격이 싸서 인기가 있죠
이마트를 찾은 한 고객이 지난해 가을에 출시된 ‘이마트 콜라’를 살펴보고 있다. 관련핫이슈틴틴 경제 기사 시리즈틴틴 여러분, 최근에 부모님과 함께 대형 마트에 가 본 적 있으세요? 혹시 진열대에서 좀 독특한 상품들을 발견한 적 있나요? 포장지에 마트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라면이나 우유·주스 같은 거요. 요즘 대형 마트들 사이에선 ‘자체상표제품’이 화제예요. 마트들이 저마다 “값도 싸고 차별화도 된다”며 이 자체상표제품을 많이 팔겠대요. 자체상표제품을 영어로 ‘PB(Private Brand)’나 ‘PL(Private Label)’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용어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죠.
◇PB가 뭔가요=PB란 ‘자체상표’라는 이름 그대로 대형 마트·백화점 같은 유통업체의 상표가 붙은 제품을 말해요. 유통업체는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들에게 파는 역할을 하지요. 우리가 자주 가는 유통업체인 대형 마트를 예로 들어 PB의 개념을 살펴보겠습니다.
중앙마트란 대형 마트가 있다고 쳐요. 이곳은 원래 농심·삼양식품·오뚜기·요구르트에서 만든 라면을 늘어놓고 팔았어요. 소비자들은 라면을 고를 때 얼마나 믿을 만한 업체가 만든 제품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샀지요. 그런데 어느 날 중앙마트 주인이 ‘봄도 왔는데, 딸기맛 라면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작은 라면 제조업체에 주문해 딸기맛 라면을 만든 뒤 ‘중앙마트 딸기맛 라면’이라고 상표를 찍어서 내놓았다고 쳐요. 이런 게 바로 PB제품이에요. 유통업체가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한 뒤 제조업체에 생산 주문을 하고, 포장에 유통업체 상표를 붙여 파는 거예요. 실제로 대형 마트들이 내놓는 PB제품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생산됩니다.
◇마케팅비·물류비가 안 들어 싸요=그럼 PB제품은 왜 보통 제조업체제품보다 쌀까요? 제조업체들은 상품을 하나 개발하면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광고도 하고, 경품 증정 같은 행사도 해요. 이런 활동에 드는 돈을 마케팅 비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비용 때문에 제품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지요. 또 제품을 전국의 수퍼마켓·대형 마트에 전달하려면 운반 비용도 들지요. 중간 도매상이 끼면 이들의 마진도 챙겨줘야 하고요. 이런 것을 물류·유통 비용이라고 하는데, 다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원인입니다.
이에 비해 PB제품은 공장에서 유통업체로 바로 옮겨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물류비가 훨씬 적게 들고, 마케팅·유통 비용은 거의 쓸 필요가 없어요. 대형 마트를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면 되기 때문이지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이 매장이 많은 대형 마트들은 한 번에 주문하는 양이 많아서 제조 단가도 떨어지게 마련이랍니다. 실제로 PB제품은 일반 제조업체제품보다 보통 20~30% 정도 싸게 팔리고 있어요.
◇제조업체는 불만이 많다던데 = PB제품이 늘어나는 것이 모두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에요. 소비자로선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지만 제조업체들에선 PB제품 때문에 볼멘 소리가 많이 나와요.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 힘든데 유통업체까지 강력한 경쟁 상대로 등장한 거잖아요.
한편에선 ‘PB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오히려 제한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값이 좀 더 싼 PB제품과 경쟁하려면 제조업체들도 제품 값을 조금씩 내릴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줄여야 하며, 장기적으론 소비자들이 질 높은 신상품을 쓸 기회가 줄어들 거라는 논리지요.
여기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생산능력은 뛰어나지만 업체 규모가 작거나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아 힘들어 했던 중소기업을 더 많이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PB제품이 제조업체에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건 아니에요. 품질은 괜찮은데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아 팔리지 않던 제품이 부각되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PB제품 주문을 받으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니 제조업체로선 생산 효율도 올라가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분명한 것은 이렇게 PB제품이 늘면 소비재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사실이에요. 진짜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번 기회에 브랜드나 제조업체만 보고 제품을 고르기보다 제품의 품질을 잘 따져서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죠?
[틴틴경제] PB제품 제조원 표시는 |
|
|
|
운영자 |
|
2008-04-10 |
|
314 |
|
|
|
국내유통점은 제조회사 꼭 밝혀야 하지만 해외유통점은 이런 의무 규정이 없어요 관련핫이슈틴틴 경제 기사 시리즈우리나라에서 PB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국내 최초 PB제품은 1974년 신세계백화점이 낸 ‘피콕’이라는 의류 제품입니다. 대형 마트 중에선 97년에 E-PLUS 우유를 출시한 이마트가 최초지요. 영국·미국에선 이미 1800년대 말에 PB제품이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요. 지금 국내에서 PB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홈플러스도 PB제품의 지난해 매출 비중이 20%에 불과해요. 미국의 월마트는 PB제품의 매출 비중이 50%, 영국의 테스코는 40%에 달합니다.
국내와 해외 PB제품의 또 다른 차이 중 하나는 제조원 표기 규정이에요. 국내 유통업체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 PB제품에 제조업체가 어디인지를 꼭 쓰게 돼 있어요. 예를 들어 ‘중앙마트 딸기맛 라면’ 뒤에 ‘제조: 조인스식품’이라고 적는 식이에요. 하지만 해외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이런 표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중앙마트 딸기맛 라면’이라고 쓰기만 하면 제조원을 굳이 소비자들에게 밝히지 않아도 되지요.
제조원 표기 규정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모두에 장단점이 있다고 해요. 유통업체로선 일단 소비자들이 신뢰를 가질 만한 큰 제조업체와 PB제품을 만들었을 경우 자연적으로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이마트는 지난해 가을 ‘이마트 콜라’를 출시하면서 ‘해태음료’가 이를 만들었다는 걸 강조했었지요. 소비자들이 해태음료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반대로 중소업체와 손잡고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소비자들이 선뜻 제품을 사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유통업체의 이름을 내세워도 ‘들어본 적 없는 회사가 만든 제품은 사기가 찜찜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대요.
롯데마트는 최근에 중소업체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아예 중소업체의 이름을 롯데마트 로고보다 더 크게 새겨 넣은 ‘우수중소생산자브랜드(MPB)’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소비자들의 꺼림칙한 마음을 역이용해 ‘롯데마트가 책임질 테니 중소기업을 믿으라’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지요.
PB 제조업체들은 PB제품을 통해 회사 홍보를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이미지에도 흠이 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어요. 국내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PB제품의 불량이나 하자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유통업체가 지게 돼 있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