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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세계화·아동노동

[스크랩] 나이키 - 세계화 황태자, 노동 착취 기업, 그리고 사회책임기업까지

by 시경아빠 201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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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 세계화 황태자, 노동 착취 기업, 그리고 사회책임기업까지

 

나이키 이야기



* 이 글은 졸저 'mit mba 강의노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1부. 세계화의 황태자에서 노동 착취 기업으로



젊은 개혁파 정치 신인이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됐다. 유권자들은 보수적 기성 정치인이 같은 사건에 연루됐을 때와 비교하면 배신감을 얼마나 느낄까. 물론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이 부패에 연루됐을 때보다도 훨씬 배신감을 느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젊고 세련된 나이키 스포츠 용품이 노동 착취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소비자들이 느낀 배신감도 비슷했다.

좋은 마이크로소프트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나이키로 옮겨오다니요. 그것도 지옥 같던 1998년에 말이죠. 제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지요.” 연단에 오른 여성은 나이키 기업책임 담당 부사장 마리아 에이텔이었다. 푸념으로 입을 그녀는 금세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3세계 노동착취와 어린이 학대의 주범이라는 범죄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부터였다. 에이텔은 세계화가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며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토론하는 시간에 앞서 발제자로 초청됐다.

지난 1996, 미국 잡지 <라이프> 6월호에는 12살짜리 소년이 나이키 상표가 찍힌 축구공을 바느질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파키스탄 시알콧 지역에서의 어린이 노동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각종 매체들이 앞다퉈 사진을 받아 썼고, 나이키 제품이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에이텔은 보도는 나이키를 완전히 바꿔 놓은 대형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뉴스는 미국과 유럽 사회를 들쑤셔 놓았다. 월드컵 경기장부터 동네 축구장까지 세계를 누비며 아이들에게 꿈을 주던 수많은 축구공이 대부분 어린이들을 착취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충격적이었다. 미국 소비자 단체들은 어린이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발표를 잇따라 내놓았다. 노동조합들과 시민단체들은 시알콧 지역에서 생산된 축구공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스트 (Just do it)”이라는 광고 문구를 빗대 어린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켜서라도 무조건 생산하고 보란 얘기냐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전혀 대응할 준비가 있지 않던 나이키는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허둥댔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겠다며 축구공을 팔던 젊은 기업 나이키는, 순식간에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바느질을 시켜 축구공을 생산해 비싸게 파는 악덕기업 이미지로 변해갔다.

나이키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화의 맏아들 역을 자임하며 유명세를 기업이다. 나이키 창립자 나이트는 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을 다닐 , 본사가 디자인과 마케팅만을 맡고 생산은 모두 다른 회사에 아웃소싱하는 모델을 고안해 냈다. 아웃소싱 비용이 낮은 곳을 찾다 보니 점점 임금이 낮은 해외로 생산 거점이 옮겨갔다.

나이키 제품은 처음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최근에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주로 3세계 각지에서 생산된다. 이런 방식으로 자유자재로 계약을 맺고 해지하며 생산자를 바꾸기 때문에 생산 공장을 직접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견줘 몸이 가볍고 경쟁력이 밖에 없었다.

세계화 바람을 타고 나이키 방식은 세계화를 이끄는 모범적 경영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나이키 본사는 마케팅과 디자인 부서만 있는 탓에 항상 광고회사나 디자인 회사처럼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분위기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MIT 슬론스쿨의 리처드 로크 교수의 기업사례연구 <세계화의 약속과 도전: 나이키의 사례> 따르면, 나이키는 이렇게 세계 노동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펼친 결과 쉬지 않고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블루리본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회사는 1972 나이키브랜드를 출범시키고 1978 회사 이름을 아예 나이키로 바꾼다. 그리고 매출 쪽에서는 프로 스포츠 부흥에 힘입은 미국 스포츠 의류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올라타고, 비용 쪽에서는 과감한 국제 아웃소싱으로 마진 폭을 넓혀나간다. 1985 50 달러였던 미국 운동화 시장은 2001 130 달러까지 커졌다. 나이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91 22.5%에서 97 35.3%까지 늘어났다.

나이키는 이렇게 상상력, 창의력, 젊음, , 세계화 같이 새롭고 좋은 단어는 모두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라이프> 보도는 소비자들에게 모든 이미지가 거짓이었다는 배신감을 안겨다 것이다. 당연히 브랜드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금 지난 1997 11월에는 베트남 공장 유해물질 사건이 터진다. 나이키의 하청업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 태광실업의 베트남 공장에서 기준치의 최고 177배나 되는 유독 물질 톨루엔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뉴욕 타임스> 보도된 것이다. 그것도 폭로한 사람이 태광산업의 감사를 직접 담당한 언스트 앤드 영이라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 컨설턴트였다. 그런데 사건이 보도되기 나이키가 태광산업에 사람을 보내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게 했다는 사실이 함께 밝혀지면서, 나이키는 이제 노동착취기업일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일삼는 기업이라는 비난까지 받게 된다. 이러면서 전에 하청업체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잘못된 노동 관행이 한꺼번에 언론에 터져 나온다. 199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도 불거져 나왔다. 한국 하청기업의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최저임금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례가 보도됐다.

나이키에게 세계화에 대한 가장 도전은 윤리와 책임이었다. 세계화가 가져다 효율성도 상상력도, 다국적 기업의 경영 이념이던 주주 중심주의도 부도덕한 경영행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의 물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뉴욕타임스나 CNN 나이키의 부도덕성을 드러내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주가와 매출은 추락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나이키는 여전히 우리 회사가 아니라 하청 업체에서 잘못한 아니냐며 책임을 직면하려 하지 않았다.

나이키가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는 동안에도 가장 경쟁자인 리복과 아디다스는 우리는 인권을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우리 제품은 100% 미국 공장에서 생산됩니다라고 광고공세를 벌이며 나이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키웠다. 기사에서나 광고에서나 나이키에 붙는 수식어는 대부분 아동 노동’ ‘노동 착취같은 단어였다. 리처드 로크 교수 조사 결과, 세계 51 주요 영자 신문에서 나이키와 어린이 노동, 착취, 노동착취공장(sweatshop)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한 기사 숫자는 1992 6건이던 것이 1997 300건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처음 나이키에게 세계화는 번영의 상징처럼 보였다. 세계화는 저비용 생산이고, 저임금 노동이고, 아웃소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화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사회는, 소비자들은, ‘세계화한 기업나이키에게 이전에 요구하지 않던 새로운 윤리와 책임을 요구했다. 새로운 얼굴의 세계화 적응하지 못하고 거부하던 나이키는 결국 세계화 전략 자체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기 전까지 질곡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부. 역전의 승부수, 사회책임경영



젊은 개혁파 정치 신인이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됐다. 하늘을 찌르던 지지도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본인이 아니라 사촌 되는 친척이 뇌물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 (1)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므로 모른다고 잡아뗀다. (2) 백배사죄하며 백의종군해 정치자금 투명화 운동에 투신한다. 나이키는 (1) 전략을 추진하려다 더욱 거센 저항에 부닥쳐 (2)번으로 돌아섰고, 결국 신뢰를 회복하는 성공했다.

나이키 사례를 놓고 시작된 토론은 열기로 가득했다. 입학 심사 다양성을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는 MBA에는 워낙 다양한 경력과 국적, 그리고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 서로 극단을 치닫는 의견들이 걸러지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나이키는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동 노동을 시킨 것은 하청업체들이다. 부도덕한 경영자들은 파키스탄의 공장장들이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가들이다. 기준을 어기라고 시키기라도 했단 말인가. 나이키에게 책임을 묻는가.”

무슨 소린가. 나이키 사례는 다국적 기업의 제국주의적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청업체가 무슨 힘이 있는가. 나이키가 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당장 계약을 해지한다고 위협했을 테고, 무슨 수를 써서든 생산비용을 낮춰 납품가격을 저가로 맞춰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다.”

처음 나이키 경영진의 시각은 전자였다. “우리 회사가 아니라 하청업체에서 잘못한 이라며 발뺌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적인 보도는 늘어갔고, 아웃소싱에 힘입어 나온 눈부신 실적 뒤에 가려진 3세계 공장들의 노동 착취 실태가 모두 불거졌다.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참다 못한 나이키는 고발을 계속하는 시민단체와 언론을 상대로 반박 주장을 펼쳐보기도 하고 산발적인 로비 공세를 벌이기도 하지만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연간 매출은 오랫 동안의 고속 성장세가 꺾이면서 1997-98 갑자기 하락세를 탔다. 중요한 주가였다. 주가는 97 이후 동안의 오름세를 접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미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지수는 상승가도를 달리는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투자자들이 사회 책임 관련 리스크가 나이키 성장에 치명적 타격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이키 경영진은 결국 소비자들의 공세 앞에 무릎을 꿇고 상황 전체를 직면하기로 결정한다. 사회책임경영 전문가인 마리아 에이텔 부사장을 전격 영입한 것이다. 에이텔 부사장은 백악관, MCI커뮤니케이션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치면서 기업이 사회와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MIT MBA 신입생들의 세계화와 기업 책임 토론 시간에 발제자로 초청된 사람이다.

에이텔 부사장은 나이키에 들어오면서 언론 보도에 대한 산발적 대응 대신 적극적으로 불거진 문제 자체를 해결해 기업 시민권’ (corporate citizenship)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노동 환경 관련 업무를 모아 기업책임부를 신설했다. 현재 나이키에서는 전세계 나이키 제품 생산지에 흩어져 근무하며 공장의 노동과 환경 문제를 담당한 직원만 85명이다. 여기에 신발 공장 노동자의 연령을 18 이상으로 제한하는 안전/건강/경영자 태도/인력개발/환경 관련 내용을 담은 생산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하청 계약을 맺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 하청 업체에게도 주문 물량을 조정하거나 자격을 평가하는 이용하는 제재를 가한다.

지침은 기업책임부에서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하청 공장 실사를 하는 이용된다. 여기에 PWC 컨설팅 회사가 들어와 노동문제에 대해 다시 정밀 실사를 벌인다. 내용은 다르지만 과정은 본사 부서에 대한 회계 감사만큼이나 엄격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는 걸음 나아가 하청업체뿐 아니라 직원과 경영진을 평가하는 데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려 연구 중이다.

에이텔은 국제기구 시민단체들과의 관계 개선을 시작했다. 현재 나이키는 노동, 환경, 인권 측면에서 다국적기업의 사회 책임 향상시키려는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개발도상국의 노동 환경과 청년 노동자 교육훈련환경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국제연대를 공동 창립하기도 했다. 노동이나 인권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측면 지원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나이키는 결국 근본적 변화를 추진한 뒤에야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있었다. 세계 51 주요 신문이 나이키를 어린이 노동, 착취, 착취공장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한 기사 건수는 1997년에 300건에 육박하다 2002 50 아래로 떨어졌다. 매출도 상승세로 되돌아섰다. 증시 거품이 꺼져 하락세이던 2001 이후에도 나이키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나이키는 정말 중요한 교훈을 다른 기업들에게 남겼다. 세계화의 수혜를 입으려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고 의무를 지키며 국제사회의 시민권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범죄자로 낙인 찍혀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유치원에서 배울 법한 단순한 진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경영자들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교훈이다.

국경이 개방되면서 기업의 가치 사슬은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제품 생산지와 제품을 사는 소비시장과 자금을 대는 금융시장은 때로 법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전혀 다른 곳에 있기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치 사슬 마다 점점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생산 효율성 증대라는 단맛 뒤에 숨겨져 있던 세계화의 쓴맛이다. 결국 토론의 결론은 세계화의 단맛 가장 많이 보는 다국적 기업이 쓴맛 역시 책임지는 문제를 해결할 있는 올바르고도 유일한 길이라는 단순한 진리로 향했다.

나이키 케이스를 통해 MIT MBA 신뢰 위기 시대 필요한 경영혁신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기업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꾸는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MBA 과정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업은 주주만을 위해 경영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주주를 위해 최선이라며 무리하게 회계 장부를 조작하던 엔론 같은 기업들은 결국 주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 주고 말았다. 여기서 사회 책임 경영, 또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주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 사슬과 맞닿은 모든 사회를 위한 경영이 아니면 주주를 위해서조차 성공적일 없다는 말이다.





출처 : 미래를 함께하는사람들
글쓴이 : 구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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