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서 날아오는 게 미세먼지뿐? 산성비도 있다.
환경 분야 최대 이슈인 미세먼지 탓인지 최근에는 신문·방송 뉴스에서도 산성비 관련 보도를 보기 힘들다.
연구기관에서도 산성비에 대한 연구는 거의 맥이 끊기다 시피했고, 국내 학술지에서도 산성비 관련 논문은 검색해도 몇 년 전 게 전부다.
그렇다면 과거 심각했던 산성비 문제는 이제 다 해결된 것일까.
지점별로 1년 동안 내린 눈·비의 산도(pH)를 측정하고, 그 평균값을 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40곳 측정지점 중 35곳은 연평균 pH가 5.6 이하로 산성비였다. 나머지 5곳도 계절에 따라서는 pH 5.6을 밑돌았다.
여전히 전국에는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연평균이 pH 5.6보다 높은 곳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pH 5.9), 경북 김천시 신음동과 전북 익산시 남중동(pH 5.8), 경북 영덕군 지풍면과 포항시 대송면(pH 5.7)이다.
반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는 pH 4.4로 빗물로서는 강한 산성을 띠었다.
이들 대기오염 물질이 대기 중 수증기에 녹아들어 엷은 황산·질산 용액이 되면서 빗물이 산성을 띠게 된다. 이게 바로 산성비다.
빗물 외에도 눈이나 안개 등도 산성을 띠면 산성 눈이나 산성 안개로 불린다.
물이나 토양의 산도는 pH 값으로 나타내는데, pH 값이 낮을수록 산성이 더 강하다.
일반적으로 pH 값이 7.0 미만일 때를 산성을 띤다고 하지만, 빗물은 산도가 pH 5.6 이하일 때에만 산성비라고 한다.
황산화물 등 다른 대기오염 물질 없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만 빗물에 녹아든 경우에도 약한 산성(pH 5.6)을 띠기 때문이다.
산성비는 식물과 산림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호수나 강이 산성을 띠도록 만들어 수중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호수나 강물의 pH 수치가 5 아래로 떨어지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다.
또 pH 3.0 안팎의 산성비가 내리면 식물의 잎이 손상을 입게 된다.
과거 1950년대 이후 미국·캐나다, 1970~80년대 유럽에서는 산성비로 인해 산림이 훼손되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목초의 30%, 면화와 콩 7%, 사탕수수와 옥수수의 1%가 산성비의 피해를 입어 전체 작물 생산량의 5~10%가 손실을 보았다.
연간 약 54억 달러의 피해를 본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 과거 1만4000여 개 호수가 심하게 산성화됐고, 15만 개의 호수가 피해를 보았다.
스웨덴에서도 2200여 개 호수에서 물고기가 거의 사라질 정도가 됐다.
1982년 서독에서는 삼림의 8%가 산성비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는데, 86년에는 54%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88년에는 유럽 전체 삼림 면적의 35%인 4965만㏊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만 한 해 100억 달러의 수리와 설비 교체 비용이 들어갔다.
유럽에서는 오래된 대리석 조각상들이 산성비에 녹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진 경우도 있다.
콘크리트나 대리석 구조물 아래에는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종유관(관상 종유석) 같은 것이 고드름 모양이 자라기도 한다.
관상 종유석은 긴 빨대 모양의 종유석을 말한다.
석회동굴에서는 산성을 띤 빗물이나 지하수에 석회석 성분인 탄산칼슘이 녹아내리면서 종유석이 생기는데 일부는 가늘고 긴 관 모양을 하고 있다.
보통 관 끝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고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오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도 같은 원리로 '콘크리트 고드름'이 생긴다.
기념비, 조형물, 빌딩의 전면과 현관의 장식 등에 쓰이는 대리석(석회암)과 사암은 이산화황에 의해 비교적 빠르게 부식된다.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부식속도는 석영 질 사암보다 대리석이 빠르고, 다공질 성 석회암이 가장 빠르다. (중략) 사암이나 대리석 조각품은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수백 년 동안 아름다움을 간직해왔지만 지난 몇십 년 이래 아주 빠르게 부식되고 있다. 이러한 부식의 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화석연료 연소가 증가한 시기와 일치한다. -김준호, 『산성비』
5년 전인 2012년에는 40곳 측정지점 가운데 단 1곳(이천시 설성면)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연평균치가 pH 5.6 이하인 산성비였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내리는 빗물의 연평균 산도는 1998년 pH 5.6을 기록했고, 99년 이후에는 계속 5.6을 밑돌고 있다.
2000~2001년에는 pH 4.5까지 떨어졌고, 2013년에는 pH 4.3을 기록해 빗물로서는 강한 산성을 띠었다.
2017년엔 pH 5.3으로 개선됐다.
산성비 개선 추세는 빗물 속에 들어있는 산성비 관련 성분의 양으로도 나타난다.
빗물과 함께 한반도 육상에 내려온 황산이온의 양은 1999년 ㎡당 연간 2.57 g이었는데, 2007년에는 4.44 g까지 늘었다가 2017년에는 1.86 g로 줄었다.
반면 질산이온의 양은 1.73 g/㎡에서 2011년 3.01 g/㎡로 피크를 보인 후 2017년에는 2.14 g/㎡로 줄었다.
80년 이후 서울 관악산 서울대 캠퍼스에서 측정한 값처럼 97년 이전에도 서울에 내린 비는 산성비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에는 산술 평균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산성비가 아닌 것으로 기록됐다.
산술평균은 강수량과 상관없이 비가 내릴 때마다 pH를 측정한 다음 비가 내린 횟수에 맞춰 단순하게 평균을 낸 것이다.
98년 이후에는 가중평균으로 값을 내고 있는데, 이는 강수량을 고려해 비가 많이 내린 날의 pH 값이 더 비중 있게 반영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중평균으로 산출 방식을 바꾼 결과, 산성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은 편인데, 겨울철에 내리는 눈이나 비가 산도가 반드시 더 강하지는 않다.
오히려 장마철에 산도가 더 강한 경우도 많다.
비가 내리면 공기 중에 먼지도 함께 씻겨 내리는데, 이를 ‘세정 효과’라고 한다.
강수량이 많으면 먼지가 녹아들어도 별 영향이 없지만, 강수량이 적으면 빗물에 녹아든 먼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황산이온 같은 산성 오염물질이 먼지 속의 양이온(나트륨, 칼륨 등)으로 인해 중화돼 산도가 약해진다.
같은 날 pH를 측정해도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와 비가 끝나갈 무렵에 측정한 pH가 다르다.
처음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에는 먼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녹아들어 pH가 높게 측정된다.
결국, 처음에 내리기 시작할 때의 빗물은 pH가 높아 산도는 약해도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두 방울 촉촉이 내리는 게 반갑다고 일부러 비를 맞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태안의 경우 1999년 이후 pH가 4.4~5.2 수준을 보인다.
또 경남 거제시의 경우도 연평균 pH가 4.4~5.2의 범위로 측정되고 있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의 경우 2005~2009년에는 pH가 4.3~4.5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5.3을 기록했다.
최근에 개선됐지만 2010년까지만 해도 안면도나 제주도 등 국내 청정 지역에서 측정한 비의 산도가 미국 내에서 산성비 오염이 심하다는 동부 지역 수준이었다.
청정지역에서도 산성비가 내리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건너온 대기오염 물질 때문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산성 대기오염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하고, 한반도에 도착해 빗물과 함께 떨어진다.
2016년 한국과 미국 연구팀이 실시한 공동 조사(KORUS-AQ)에서 한반도 아황산가스의 50% 이상, 질소산화물의 25% 이상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산성비의 원인인 아황산가스 배출량이나 농도는 크게 줄었지만, 중국에서는 경제발전으로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었고, 최근까지도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계속 증가했다.
중국 내에서 빗물과 함께 떨어지는 황산이온은 1990년대에는 12.46 g/㎡에서 2010년대에는 10.46 g/㎡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5배 이상이다.
중국 내 질산이온 침적량은 1990년대 1.97 g/㎡에서 최근 3.42 g/㎡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과 비슷했는데, 이제는 한국을 추월했다.
석탄이나 석유 등에 들어있는 유황 성분을 제거한 덕분에 황산이온 배출량은 줄었지만, 자동차 배기가스와 질소 비료 탓에 질산 성분은 더 늘어난 것이다.
중국에서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2006년을 고비로 줄어들었지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 2~3년 국내 산성비 문제가 상당히 나아졌지만, 중국의 오염 배출량이 줄지 않는 한 한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아황산가스 배출 총량을 1980년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1차 이행 기간인 1995~99년에는 규모가 100㎿(메가와트) 이상인 263개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아황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고,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했다.
2차 이행 기간인 2000년부터는 대상을 3200개 발전소로 늘렸다.
그 결과, 1990~2004년 사이에 발전소의 발전량은 25% 증가했지만,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36% 줄었다.
유럽 국가들은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9년 장거리 월경성 오염물질(Long-Range Transboundary Pollutant, LTP) 협약을 체결했고, 1985년과 1994년 두 차례 의정서를 채택했다.
1993년까지 1980년의 30% 감축이 1차 의정서의 목표였고, 2000년까지 1980년 수준의 70~80%(동유럽 국가는 40~50%)를 감축하는 게 2차 의정서의 목표였다.
1988년에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소피아 프로토콜도 채택됐다.
1999년에 채택된 괴텐부르그 의정서는 산성비와 호수의 부영양화, 오존 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 국가별 대기오염 물질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지역에서도 협력 사업은 진행하고 있다.
바로 동아시아 산성 강하물 모니터링 네크워크(Acid Deposition Monitoring Network in East Asia, EANET)이다.
EANET은 1993년부터 전문가 그룹이 준비를 시작했고, 1998~2000년 정부 당국이 참석한 회의가 열린 데 이어 2001년부터는 산성비 모니터링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EANET은 ▶동아시아 지역의 산성비 실태 파악 ▶산성비 피해를 방지 정책에 유용한 자료 제공 ▶회원국 간의 협력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태국·베트남·라오스·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미얀마·캄보디아 등 13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EANET에 산성비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하는 관측 지점은 54곳이다. 한국은 강화도와 전북 임실, 제주 한경면 고산리 등 3곳이다.
하지만 EANET은 아직까지 산성비 측정 데이터를 축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유럽과 비슷한 형태의 의정서가 채택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산도는 보통 pH 단위로 표시한다.
pH 수치는 용액에 들어있는 수소이온(H+)의 농도와 관련이 있다.
pH는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
pH = -log [H+]
이 수식에 따라 수소이온 농도가 높을수록, 즉 산성이 강할수록 pH 값은 작아진다.
반대로 수소이온 농도가 낮을수록, 즉 염기성이 강할수록 pH 값은 커진다.
pH 값은 1~14의 범위를 갖는데, 순수한 물은 중성으로서 pH 7.0으로 표시된다.
보통 자동차 배터리 용액(황산)의 pH가 1.0 수준이고, 오렌지 주스의 pH가 2.2~3.0 정도 된다.
식초의 pH는 3.0 정도 되고, 김칫국물은 pH가 4.0 정도 된다.
정상적인 빗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들기 때문에 pH 5.6으로 약한 산성이다.
우유는 pH 6.4~7.6의 중성을 띤다.
일반적인 강과 호수의 물은 pH가 6.5~8.5 범위에 든다.
하지만 녹조와 적조 등 식물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한 경우에는 pH가 9.0을 넘기기도 한다.
염기성을 띠는 암모니아수는 pH가 11이 넘는다.
실험실 내에서는 정밀한 pH 측정기(pH Meter)를 사용한다.
야외에서는 휴대용 디지털 pH 측정기를 사용한다.
또 pH 시험지(paper)에 시료를 떨어뜨린 뒤 색깔 변화로 pH 값을 판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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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ko**** 2019-02-16 17:50:24 신고하기
댓글 찬성하기11 댓글 반대하기1수십년전 독일의 도시주변 산림이 공장과 자동차매연으로 황화현상 보이며 죽어가 석탄화전 자동차 도심진입 막아 자동차 운행 줄인후 해결되었다는 말 들은적있는데 이제 중국이 미세먼지와 항께 산성비 까지 보내주니 여러모로 이웃나라에 민페를 끼치는구나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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